후박나무 아래에서 (글) – 김선재

없는 것을 그리워하는 것이 우리의 오랜 병이었다. 병을 품고 바다로 간 것은 그 때문이었다. 흐린 바다에서 축축한 바람이 불어왔다. 우리는 오래 그 바람에 얼굴을 씻었다. 씻어도, 씻어도 물이 되는 꿈은 멀었다. 무게 없는 발자국들은 쉽게 지워졌고 해변은 지루하기만 했다. 낮에도 별은 여전히 낮은 지붕 위로 떨어졌지만 그걸 본 사람은 없었다. 보이지 않으니 아무것도 들리지도 않았다. 다만, 먼 곳을 상상하는 것이 우리의 오랜 버릇이었다. 그건 누구나 아는 병이면서 누구도 모르는 병이었다. 아플 때마다 병을 더 깊이 숨겼다. 꽃밭은 내내 흔들렸지만 아무도 흔들리지 않았고 이따금 내가 당신, 하고 부를 때마다 우리는 조금씩 희미해졌다. 해안선은 날마다 몸을 바꿨고 우리는 말을 줄였다. 수평선이 높아질수록 우리는 멀어졌다. 그게 우리가 한 일의 전부였다. 돌아가고 싶어.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병을 끌고 숲으로 간 건 그 때문이었다.

길은 걸을수록 깊고 좁아졌다.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을 지나며 바람은 점점 흐려졌다. 쥐고 있던 손을 펼쳤다. 손가락 사이로 숲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발등을 덮고 눈을 씻고 내 등을 밀었다. 당신은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걸었고 나는 바람이 미는 대로 하늘을 보았다. 잎이 잎을 가려 빛이 빛이 되고,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손가락처럼 갈라지며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있다,라고 중얼거리자 물이 흘렀다. 없는 세상이었지만 아주 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크고 높은 물줄기를 따라 흘러간 건 그 때문이었다. 흘러가는 것만이 그날 우리가 한 일이었다. 없는 것을 그리는 것이 우리의 오랜 할 일이었다. 어느 섬에서의 일이었다.